강아지 약과 사람 약, 혼용하면 안 되는 이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강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보호자들도 많아졌습니다. 반려견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기 전 일시적으로 사람의 약을 투여해 보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특히 간단한 통증이나 감기 증상, 피부 문제 등은 사람 약으로도 완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임의로 복용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반려견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강아지는 생리학적 구조와 약물 대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성분이라도 체내 반응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사람과 강아지의 생리적 차이

사람과 강아지는 체내 기관의 기능과 대사 속도, 면역 체계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간과 신장의 해독 기능은 사람보다 민감하거나 발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안전한 약이 강아지에게는 독약처럼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은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해열·진통제로 사용되지만, 강아지에게는 심각한 간 손상과 혈액 내 산소 운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강아지의 위산 농도, 장내 박테리아 구성, 소화 효소 작용도 사람과 다르므로 약물이 흡수되는 속도와 방법, 작용 시간에 큰 차이가 납니다. 그 결과,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약물 축적에 의한 독성 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약물 성분과 첨가제의 위험성

사람용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약효 성분 외에도 다양한 첨가제나 향료, 색소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들은 사람에게는 안전하더라도 강아지에게는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탕 대체 감미료로 많이 쓰이는 자일리톨은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강아지에게는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여 심각한 저혈당과 간 기능 이상을 초래합니다.

또한, 진통제에 포함되는 나프록센이나 이부프로펜은 위장 출혈이나 신장 손상, 중추신경계 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용 약에는 강아지에게 치명적인 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성분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투여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3. 약물 용량과 농도의 차이

사람 약은 일반적으로 60~7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복용량이 정해집니다. 반면 강아지의 체중은 보통 몇 kg에 불과하기 때문에, 같은 용량의 약을 투여하면 체중 대비 과도한 복용이 되어 약물 중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작은 체구의 소형견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 감기약 1정에 포함된 파라세타몰이나 카페인 등의 성분은 강아지에게 과량으로 작용하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용량 계산을 수의학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약효는커녕 독성만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이 필요한 이유

동물 전용 의약품은 사람 약과는 달리, 반려동물의 신체 구조와 생리학적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복용 형태나 기호성, 투여 간격, 흡수율 등을 반려동물에 맞게 조절하고 있으므로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 전용 진통제는 간에서의 대사를 고려한 성분이 사용되며, 복용 용량도 체중에 맞춰 정밀하게 조정됩니다. 이러한 약물은 수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통해 적절히 사용되어야 하며,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사람 약으로 대체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동물 전용 약은 일부 온라인몰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기도 하지만,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과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체 판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고,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5. 실제 사례를 통한 위험성 경고

1) 이부프로펜 중독 사례

한 보호자는 반려견이 다리를 다쳐 통증을 느끼는 듯해, 자신이 복용하던 진통제(이부프로펜)를 절반만 먹였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반려견은 구토, 무기력증, 출혈성 설사 증상을 보였고, 동물병원에서 급성 신부전 및 위장 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2) 감기약 투여로 인한 간 손상

또 다른 사례로, 반려견이 재채기를 하자 보호자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1정 먹였습니다. 그 후 24시간 내에 식욕이 급격히 줄고, 황달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간 수치가 크게 상승해 간 보호 주사 및 수액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람과 강아지는 겉으로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더라도, 약물에 대한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에게 안전한 약이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부작용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아플 때는 자가 판단으로 약을 복용시키기보다는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고, 동물 전용 의약품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호자의 잘못된 판단이 소중한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약물 사용에는 언제나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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